넷플릭스 영화 ‘닥스트 아워’ – 인간 처칠이 아닌 수상 처칠의 고독한 결단

넷플릭스 영화 ‘닥스트 아워’ – 인간 처칠이 아닌 수상 처칠의 고독과 결단

전쟁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공간이다. 인생과 죽음을 떠나서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자 죽음의 역사다. 죽음의 무게와 영향은 다르다. 일상에서 죽음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지만 전쟁은 삶과 죽음 사이를 고민하고 갈등하는 선택의 영역이다.

<영화의 배경 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이 프랑스 침략으로 프랑스 전역을 함락하고 해안도시 카레와 덩케르크에서 프랑스와 영국 연합국은 결사항전을 벌인다. 하지만 전세는 독일로 이미 기울었다. 만약 프랑스가 완전히 함락되면 영국도 독일 나치 깃발 밑에 놓일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정부와 군은 패색이 짙은 유럽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체임벌린은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군사령관 출신인 윈스턴 처칠이 총리직에 오른다. 위기 상황에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처칠은 독일과 평화를 위한 타협은 없을 것임을 선언한다. 일부 각료들은 처칠을 압박하며 타협 회담에 무게를 두고 이탈리아 무솔리니를 통해 평화 회담에 나설 것을 건의하지만 처칠은 단호히 히틀러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군사적으로 절대 열세인 상황에서 전쟁 중립을 선언한 미국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서방은 독일의 히틀러에 의해 대부분 함락된다.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응전할지, 아니면 타협으로 비굴한 평화를 얻을지 영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굴욕적인 회담을 통한 평화가 진정한 평화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혹독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결국 평화를 위한 타협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처칠은 하원의원의 연설에서 사자후를 토한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그의 연설은 결코 굴복할 수 없는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바다와 대양에서 싸워요.큰 자신감과 강인함으로 하늘에서 싸울 것이며 어떻게든 우리나라를 지켜낼 것입니다.우리는 해안에서, 상륙지에서, 들과 거리, 언덕에서도 싸웁니다.만약 우리나라가 정복되고 굶주려도 영국 함대가 수호하는 우리 대영제국은 계속 싸울 것이며 조만간 강력한 힘을 가진 신세계가 구세계를 구하고 해방할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시선>

영화는 전쟁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영화 ‘닥스트 아워’는 제목이 말해주듯 가장 어두운 시간, 즉 타협이나 항전이냐의 양극단의 선택 상황에서 수상 처칠의 가장 어려운 결단의 시간을 잘 묘사한다. 다혈질에 알코올 중독, 시가를 내고 의원들과 일반 국민 앞에 나선 처칠은 총리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까다로운 성격의 처칠은 총리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를 견디며 대중을 설득한다. 게리 올드먼의 처칠 연기는 압권이다. 실제 처칠을 제대로 보여줬을지 모르지만 현실 인물보다 리얼하게 처칠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처칠의 까다로움은 그가 비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젊은 비서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무례할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의 다혈질적인 기질과 태도는 오랜 군 생활에 의해 만들어진 부분임을 짐작케 한다. 영화 ‘닥스트 아워’는 인간 처칠이 아닌 수상 처칠의 모습을 시종일관 그려낸다. 전쟁이라는 엄혹하고 살벌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처칠의 모습을 영화는 잘 그렸다.

<인상적인 장면>

마지막 의회 연설 장면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과의 대화 장면이다. 개개인에게 다가가 이름을 물으며 히틀러와의 타협이 합당한지에 대한 질문에 일반 시민들은 타협하지 말고 응전할 것을 목청껏 외친다. 거기에 힘을 받은 처칠이 의회 연설에서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절대 타협을 통한 평화를 국민은 원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재미있는 관점의 영화보기>

오락 영화가 아니다. 제대로 된 전쟁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장면은 처칠과 관료, 의원과의 대화와 갈등이다. 그래서 전쟁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장면보다는 전쟁을 벌이는 군인 뒤에 정부와 관료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다. 또 처칠 수상을 간접 경험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영화 감상이었다. 흥미보다 인간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영화 닥스트 아워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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