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합쳐지는 몸과 영혼의 주파수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Teströléslélekröl, On Body and Soul)

엔돌레가 재무이사로 일하는 도축장에 새 직원이 온다. 품질검사원 마리아는 외모 덕분에 직접 대면하기 전에도 소문이 돌아 궁금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호의를 표했고 다가오는 다른 직원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말이 없는 편이라 직원들과 특별히 어울리지 않았고, 구내식당에서는 대부분 혼자 밥을 먹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엔돌레는 오히려 시선이 갔다.업무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없어 그녀와 별다른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던 엔돌레는 친하게 지내는 부하 직원의 한마디에 호기심이 생겼고 식당에서 마리야에게 말을 걸며 맞은편에 앉았다. 직접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마리아는 엔돌레가 듣던 소문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그는 그런 그녀가 궁금한 것도, 그렇다고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마음이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중요한 약품이 사라져 경찰을 불러 수사를 하게 되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직원들의 정신감정을 수사의 일환으로 조금 일찍 시행한다. 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엔돌레와 마리아가 매일 밤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의 시작은 눈이 내리는 조용한 숲 속에서 사슴과 암사슴이 함께 걷는 장면이었다. 앞서 있던 수컷 사슴이 뒤처진 암사슴을 걱정하듯 돌아와 이곳저곳을 보며 마치 안아주는 듯 취해 있던 몸짓은 두 동물이 서로의 짝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이후 제목이 지나면서 장면이 바뀌었고 엔도르와 마리아가 일하는 환경을 중심으로 두 사람이 서로를 조금씩 인식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그 사이로 엔돌레와 마리야가 꾸는 듯한 사슴의 꿈이 지나갔다. 쓸쓸한 세상에 둘만 내던져진 듯한 분위기를 풍기던 사슴 한 쌍은 당연히 엔돌레와 마리야로 인식하게 됐다.

겉으로만 보면 두 사람은 조금 다른 성격, 성향을 가지고 있어 보였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엔돌레는 왼손을 쓸 수 없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마비돼 전혀 감각이 없었고 신경도 죽은 것 같았다. 그래서 오로지 오른손만으로 뭔가를 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엔도르 상황을 무척 잘 알고 있었는지 때로는 그가 하는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주고 손이 불편한 그를 위해 커피를 내려주는 게 익숙해보였다.다만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불편한 왼손이나 팔을 만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는 것이다. 팔을 두드리며 격려하는 듯한 부드러운 몸짓을 참지 않았다. 상대방이 좋은 의도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순수한 의미의 접촉은 싫었다. 아마 왼팔, 손이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엔돌레가 왼팔을 만지는 게 싫다면 마리아는 몸이 만지는 모든 행동을 섬뜩해 했다. 어쩌면 역겹다는 생각도 들었다. 엔도르와 처음 만나 인사하며 악수를 했을 때 그녀의 표정을 보이지 않아 몰랐지만, 잠시 후 등장한 장면에서 지나가는 행인의 손이 닿았을 때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 미간에 주름이 잡힌 것을 보니 그녀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리아는 따뜻한 타인과의 접촉을 싫어할 뿐 아니라 여러 종류 혹은 대부분의 물건을 만지는 데도 신중했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거나 다른 사람의 손이 내 몸에 닿는 여러 장면을 통해 마리아에게는 손에 민감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엔돌레와 마찬가지로 마리아의 사정 등은 없었다.

이하 결말 스포일러 및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신체적 접촉에 민감한 두 사람이었지만 연애나 욕구 해결 같은 문제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마리아와 엔돌레의 앞날을 예상할 수 없었다.마리아는 어떤 신체적 접촉도 꺼리면서 포르노는 보고 있었다는 점이 참 특이했다.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포르노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상담을 받은 것 같았는데 특이한 점은 그 상담사가 아동을 상대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성인을 상담할 동료를 소개하겠다는 상담사의 말을 통해 마리아는 아마 어릴 때부터 지금과 같은 상태였음을 알 수 있었다. 마리야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묶여 있었는지, 아니면 신경 쓰느라 사회성이 극도로 결여돼 보였다. 이러한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마리아에게 보편적인 사랑이나 연인 등이 없었다고 느껴졌다.마리아와 마찬가지로 엔돌레는 특별히 애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지만 욕구는 그럭저럭 해결되고 있었다. 본능에 충실해 여성의 가슴을 훔쳐보기도 하고 때로는 섹스 파트너가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마리아와는 달리 접촉 자체를 꺼리는 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엔돌레는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언제든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 외롭지만 사랑에는 열려 있는 모습에서 마리야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보였다.

사랑을 대하는 자세가 달랐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는 건 역시 엔드레였다. 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이 신비롭고 기이한 상황에 흥미를 느꼈고 전날 밤 어떤 꿈을 꾸었는지 그녀와 맞춰보기도 했으며 때로는 꿈속에서 외로웠던 일들을 현실에서 표출하기도 했다. 마리아를 향한 엔돌레의 마음이 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야는 속도가 좀 느린 사람이었다. 엔돌레에게 호감을 갖고는 있었지만 천천히 흐르는 그녀보다 빠른 그의 감정을 따라잡기에는 벅찼다. 때문에 두 사람이 회사 밖에서 따로 만나 식사를 하고 집에도 초대해 날이 샐 때까지 카드놀이를 하더라도 감정의 속도가 각기 달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빗나가버린 그 상황으로 인해 엔돌레는 더 나아가기 전에 감정을 정리해야 했고, 느린 마리야의 마음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시작하는 사랑은 독특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지만 이 부분으로 인해 조금 보편적이라고 느껴졌다. 사랑을 시작할 때 상대를 향한 감정이 동시에 생기는 기적적인 경우가 더러 있겠지만 대체로 한쪽이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사랑을 시작한 사람이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방이 받아주면 연인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관계는 지속되지 않는다. 마음을 받아준다고 해도 먼저 사랑을 시작한 사람의 마음과 금세 거리가 좁혀져 같은 깊이의 사랑을 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속도로 사랑을 하기 때문에 때로는 그 감정에 따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을 더 표현하고 잘 표현하지 않는 차이에도 감정이 상한다. 그래서 마리야와 엔돌레의 사랑은 변했지만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각자가 가진 성격에 따라 극단적이고 미련도 있었다고 해 긴장을 자아냈다. 이제야 마음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났지만 멀어져 가는 상황이 좌절됐다. 아마 마리오에게는 그런 감정이나 상황이 모두 처음이라 어려웠고 느리지만 계속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절망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 같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마리아에게는 엔돌레가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 돼버렸다. 그리고 엔돌레는 마리아의 자기방어를 자신을 향한 감정으로 오해해 상처를 입었고 그녀와의 관계를 끊으려 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사랑을 먼저 시작하고 마음이 깊어진 사람이 엔드레이였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사랑은 그렇게 서로 조금씩 맞춰가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속도의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때로는 앞서서 뒤처지기도 했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두 사람의 사랑에 딱 맞는 주파수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왼손 잡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엔드레드, 식탁에 떨어진 작은 부스러기마저 행주로 닦아낼 정도로 손이 예민했던 마리야도 변할 수 있었다.

영화는 시종 조용히 흘러갔다.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호불호는 크게 갈릴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분위기가 차분하고 좋아서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감정이 돋보였고 변화나 변하려는 노력 등에 몰두하다 마지막에는 절실해지기도 했다. 후반에 놀랐던 그 상황이 비극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결말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영화 분위기가 조용하긴 했지만 때로는 뜻밖의 웃음 포인트가 있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상황 자체가 어렵거나 재미있을 때가 있기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으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마리야의 성격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일관성 있는 성격이기도 하고 대단한 의지와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특별하고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여서 좋았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 또한 영화의 매력이었다.

상. 소 도살 장면이 정말 적나라해서 매우 충격을 받았다. 빨리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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