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상상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자율주행차나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는 로봇 등 이게 정말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차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을 현실에서 볼 수 있게 되면서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은 낯선 기술이라고 해도 가까운 미래에 볼 수 있구나~라고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생겼다고나 할까.
기술의 발달은 소재의 다변화를 견인해 관객으로서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런데 단순히 감탄과 보는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인간이 기술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기술인지 고민하게 되었는데~ 얼마 전 이 부분과 궤를 같이 하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기억에 남아 소개해 본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것으로 가상의 카레이싱 대회를 담았다. 규칙은 총 5가지. 레이서의 심장이 골선을 먼저 넘어야 승리하고 모든 종류의 주행방해 행위가 무제한 허용된다. 또 모든 팀은 안전지원 기술팀을 갖춰야 하고 로봇에 적용되는 기술력에 제한이 없으며 인간과 로봇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우승을 위해 무슨 수를 쓰든 상관없고 안전은 스스로 지키라고? 세계 최초이자 최대 배틀로얄카 레이싱 대회라는 말이 다가오는 순간이다. 그야말로 죽음의 레이스구나.(울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Dead or Arrive(DOA)’의 세계관이다. 우승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고 수단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아찔한 세계관이 드러난다.
카레이싱 대회에 참가한 팀 노르트코어 레이서 ‘정주행’은 우승을 위해 속도를 낮춰 결승선에 내던진다. 심장이 먼저 골라인에 도달해야 한다는 규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생명의 소중함에는 관심이 없는 레이싱에 환멸을 느낀다.
DOA 레이싱 문제는 레이서 정주행 우승 이후 불거진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영화 악역인 팀 마르스 킬라즈가 사형수를 레이서로 배치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반발이 있었지만 레이싱 대회는 더 큰 인기를 얻는 기현상이 발생하는데요.
이때 레이싱대회 공식 후원사인 현대모비스 주행복과 김천수가 정주행을 찾아 레이싱대회 참가를 권유한다. 정주행은 당연히 거절하지만 기술은 오로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이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정주행이라고 설득한다.
정주행은 미친 레이스를 끝내기 위해 DOA 레이싱에 참여한다. 그는 과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당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예상대로 시시각각 방해 공작이 벌어진다. 돌무더기를 떨어뜨리거나 측면을 위협하거나…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지 궁금하던 순간 현대모비스의 기술이 등장한다.
ADAS 센서, e코너 모듈,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등 자율주행 기술 관련 전문용어가 이어지지만 막상 글로 읽었다면 무슨 뜻인지 몰랐을 것이다. 레이싱 장면과 함께라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대략 어떤 상황에 필요한 기술인지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사실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을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자율주행 기술을 공부하는(?) 아이디어, 이거 좋다.
AI가 할 수 없는 판단력과 운전 스킬을 가진 정주행 레이싱 능력과 기술력으로 온갖 난관을 딛고 마침내 골을 눈앞에 둔 순간 팀 마르스 킬라즈는 관중을 인질로 마지막 방해 공작을 벌인다. 이대로는 관중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태. 우승을 위해 다시 레이서를 공중에 던져버려야 할까. 정주행과 모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그렇지, 그래야 진정한 레이서고 진정한 기술력이지. 사고 위험에 관계없이 우승에만 집중한 나머지 하반신 마비라는 큰 부상까지 입은 전주행이 보여준 행동과 모비의 희생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주행 기술의 끝은 안전한 도착이라는 사실!
스토리 구성과 음향, OST, 주인공의 정주행 행보에 대한 공감대, 자동차 경기의 박진감, 빌란의 존재감 등 애니메이션 자체에서의 퀄리티도 상당히 높았고 DOA 세계관과 관련해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자동차는 매일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어떤 기술이 포함돼 있는지 알아볼 기회가 없었지만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시스템 기반이 안전을 놓치지 않는 기술로 구성됐다는 데서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자율주행 AI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자동차와 인간의 입장이 달라진 위험하기 짝이 없는 DOA 세계관을 통해 모든 기술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틀로얄카 레이싱 애니메이션. 짧지만 임팩트 있고 은근히 긴장감이 넘치니 한 번쯤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한 세계관과 히스토리는 현대모비스 인스타그램과 나무위키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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