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판증후군 또는 마르판증후군(Marfansyndrome, MFS)은 결합조직에 결함이 있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입니다.
1896년에 프랑스의 의사 앙투안 마르팡이 처음으로 보고했습니다.
5,000 – 10,000명 중 1명 정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특징적인 외모로 키가 크고 마른 몸매, 긴 손발과 손가락, 유연한 손발가락 등이 나타납니다.
서장훈 전 한국 최장신 센터(205cm)였던 한기범 선수가 마르판 증후군입니다.

장신이 되는 게 마르판 증후군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요.
장점은 그 자체로 느슨해진 신체조직으로 인한 다양한 종류의 질환이 발생합니다.
척추측만증, 승모판막탈출증, 대동맥류 등이 흔한 문제로 폐나 눈, 심장, 혈관 등에 다양한 이상이 생겨
대동맥 파열로 인한 급사가 주요 사망 원인입니다.
한기범 선수도 아버지(190cm)와 동생(197cm)을 이 질환으로 잃었다고 합니다.본인도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마르판 증후군은 수많은 합병증이 동반되는 질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재능이 되기도 합니다.
한기범 선수가 농구를 시작한 계기가 ‘키가 커서’였다고 하니,
어찌 보면 마르판 증후군이 하나의 ‘재능’을 준 셈이죠.
음악계에서도 마르판 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천재’들이 있습니다.
피아노 라흐마니노프와 바이올린 파가니니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당시 누구나 그랬듯이)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요.선생님이 그럼 말했어요.
피아니스트 중에는 손가락을 더 열기 위해 손가락 사이를 찢는 수술을 하는 사람도 있어.그래서 평소에는 장갑을 끼고 다니니까 평소에는 장갑을 끼고 다녀.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아는 피아니스트에게 물어본 결과 적어도 현대에서는 이런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큼 피아니스트에게 손가락 길이가 중요한 ‘피지컬’이라는 뜻일 겁니다.

‘샤인’은 1996년 영화라서 요즘 분들은 거의 안 보셨을 거예요.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실존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고 정신질환(영화에서는 조현병실제 불안신경증)을 앓는데요.
라흐마니노프 3번은 영화의 영향으로 연주하다 보면 보통 사람이 미쳐버리는 미친 난이도의 곡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2020년 극장 재개봉을 했는데 당시 예고편에도 이런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마치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수학자 존 내쉬가 ‘리먼 가설’을 연구하다가 조현병을 앓는 장면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수학에서 미칠 것 같다
그런데 지인의 피아니스트에게 들은 바로는 매우 어렵지만 실제로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당연히 그렇겠지
다만 10도 이상에서 손을 찢으면서 4개 이상의 건반을 눌러 꼭 필요하지도 않은 음표로 채워진 곡을 물 흐르듯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작으면 정말 힘들대요.
2011년 호주 라임라이트 매거진이 유명 피아니스트 100명(그리고 리 소콜로프, 안드라스 시프, 알프레드 브렌델 등)에게 자신의 우상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1위가 라흐마니노프였습니다(2위 홀로비츠, 3위 리히터, 4위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5위 에밀 길렐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1873-1943) 손이 커서 피아노가 멜로디온 같네요.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로서 엄청난 피지컬(!)의 소유자였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무려 13도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길에서 길까지가 8도니까요.엄지손가락으로’드’를찌르면, 새끼 손가락에서다음옥타브의’라’를찌를수있었다는뜻입니다.

실화냐
흰색 건반의 폭이 23.5mm이므로 총 28.2cm입니다.제가 지금 엄지손가락부터 새끼 손가락까지 재면 21cm 정도 되겠네요.
근데 손이 클 뿐만 아니라 유연하기도 해서
2,3,4,다섯번째손가락으로타이솔드를가리키면서엄지가손아래를통해서위의미(美)를칠수있었다고합니다.

프란츠 리스트도 손 크기로 유명합니다. 이런 느낌의 차이일까요?
라흐마니노프의 성격이 이 기교를 자랑하기 때문에 일부러 곡을 어렵게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만 본인에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곡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세상 순수한 사람 같다고
라흐마니노프의 겉모습은 가냘픈 체격, 긴 팔다리, 좁은 머리, 돌출 귀, 가는 코 등 마르판 증후군의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마르판 증후군으로 진단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키도 198cm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만,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갔을 때 측정된 기록에 따르면 185cm였다고 합니다.
의사도 라흐마니노프에 대해 마르판 증후군과 말단 비대증 등의 추측을 하고 있어요.
피아노에 라흐마니노프가 있다면
바이올린에는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à Paganini, 1782-1840)가 있습니다.
일명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워낙 재능이 뛰어나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쇼맨십이 있는 파가니니의 성격상 본인이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퍼뜨렸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는데요.
어쨌든 당시에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어도 믿을 만큼 ‘미친 재능’을 보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영화에서도
니콜로 파가니니 두근거림이 크고, 말라서 손 관절이 각별히 유연했던 등 마르판 증후군의 특징이 있습니다.
왼손 손가락은 길고 가동범위가 크기 때문에 뒤로 접히는 것처럼 접힐 수 있고 지면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였다고 합니다.오른팔 손목이나 어깨 관절도 느슨해서 유연성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파가니니의 그림을 보면 왼손 엄지손가락이 거의 뒤를 향하도록 구부러져 있습니다.

파가니니는 쇼맨십도 상당해서 자신의 놀라운 기교를 꽤 자랑하기도 했어요.
한 줄로 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바순 같은 다른 악기 소리를 내기도 하고 동물 울음소리나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기도 했죠.(바이올린으로)
트릴(기본음이 붙은 손가락 옆손가락을 빠르게 떼어낸) 붙이면서 연주하는 방법)이나 더블스톱(동시에 두 현을 문지르는 것) 오른손으로 활을 쏘면서 동시에 왼손의 삐치카토(손가락으로 현을 치는 연주)로 두 대의 바이올린을 동시에 연주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등 당시로서는 놀라운 수준의 연주를 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평소 연습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얘기가 돌 것 같아요.

출처 – ClassicFM.com (by Getty)
게다가 파가니니의 외모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본 사람들은 어둡고 중공의 눈을 한 시체처럼 묘사했습니다.길고 검은, 느슨한 머리; 왁스 같은 흰 피부; 독수리 부리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온 코 키가 크고 마른, 긴 손가락.
이런 외모 때문에
마르판증후군보다 엘라스-던로스증후군(Ehers-Danlossyndrome)을 의심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엘라스 던로스 증후군도 관절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과운동성이 있어
양피지나 벨벳 같은 얇고 투명한 피부를 보여줍니다.

가장 많이 자라는 피부로 기네스북에 오른 갤리터너 Gary Turner도 댈러스 던로스 증후군입니다.

파가니니의 주치의 베나티(Bennati)에 따르면 파가니니의 손이 크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베나티는 파가니니의 손이 “연습의 결과”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파가니니 손 모형
라흐마니노프와 파가니니
당연히 그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 질환이 이들에게 ‘천재성’의 일면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재능과 건강을 바꿀 것이냐 하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정말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