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추석 좋은 생각은 몸을 움직일 때!

오늘은 2020년 음력 8월 15일 추석날이다 말 그대로 가을 저녁, 가을 달빛이 유난히 밝은 명절이라고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를 조심하기 위해 민족의 대이동은 없지만 여전히 추석은 큰 명절이다. 추석의 본래 의미는 오랫동안 농경사회였던 한국은 가을 추수를 마치기 전에 송편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일가친척들이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날이었다.

2020년 추석 전민족의 대이동은 그래도 쉬웠다.그런데 오늘 나는 평소보다 늦잠을 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아주 느긋하고 행복한 추석날 아침을 누렸다. 성묘는 얼마 전 시간이 날 때 다녀왔고 큰 집 순서는 올해는 코로나에서 각자 정하기로 해 아들 내외에게는 처가에서 아침을 먹고 쉬었다가 누나들이 사돈을 보고 친정인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저녁이라 그때 다 같이 모여 저녁이나 먹자고 했더니 이렇게 한가했다.

도시의 추석 달(구글 이미지) 내가 결혼 전에는 추석 아침에는 어머니가 마련해 준 추석빔을 입고 아침 일찍 큰 집에 가고, 결혼 후에는 시댁이 종가이기 때문에 추석 당일뿐 아니라 전날에도 차례로 준비하러 갔다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면 밤 10시 정도였다. 그리고 세 아이들의 한복 고데기와 내 준비를 마치면 새벽이고, 조금 잔 뒤 오전 6시경 아이들을 깨워 준비시키고 시댁으로 돌아간 뒤 저녁이면 친정에 돌아오면 그날 행사가 끝난 명절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명절증후군 증세(구글 이미지) 때문인지 명절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질병도 생기고 부부간 다툼도 잦아져 명절을 보내는 게 이혼의 단초가 됐다. 이제 세월도 변하고 가치관도 바뀌어 양가 어른도 죽고 나와 남편이 집안의 어른이 됐지만 하루아침에 명절 관행의 틀을 깨기는 어려웠다. 나도 나이도 들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3형제 모두 결혼해 집집마다 두 아이를 낳았으니 남편과 나, 두 가족이 모두 14명이나 된다. 아이들을 보면 무척 사랑스럽고 즐겁지만,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 피곤해서 다음날 병에 걸린다.

손자들과 함께 1시간=이젠 과감하게 아들에게 먼저 처가를 다녀오고, 언니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오니까 그 시간에 저녁이나 먹자고 한 것이다. 저녁에 잠시 만나는 것은 시댁을 다녀온 딸에게도, 시댁 부담을 지고 있는 며느리에게도 훨씬 가벼운 일이다. 특히 나는 친정집 맏딸이라 명절에는 동생들도 우리 집에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다음날 근사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이나 먹자고 했더니 오늘 아침 이렇게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여유가 있는 것이다.역시 행복은 자신이 골라 만드는 것이다.

막내손녀 7, 7세 도원의 추석날 카드 먹을 것이 없던 오랜 농경사회에서 유래한 추석 관행은 과거에는 그 방법이 옳았다. 그러나 시대가 초시대, 온라인 디지털시대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마음을 달리하면 몸도 마음도 행복해진다. 조상들은 다 먹지 못하는 음식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어 서로 마음이 불편하고 아프기보다는 후손들의 평화로운 모습에 더 만족해 할 것이라고 믿는다.

가을에 핀 민들레지만 한 쪽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철학자, 발명가 혹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말은 좋은 생각이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개의 경우 몸을 움직일 때라는 말이 생각나서 조금 더 걸어보려고 밖으로 나왔다가 곧 마당에 핀 가을 민들레가 마지막 순간까지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는 곧이어 공원에 다시 한번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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