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의 번뇌와 외로운 넷플릭스 영화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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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시’는 보지 않았지만 그 영화와 비슷하다는 벨기에 영화 ‘한나’를 봤다. 남편이 수감된 후 혼자 지내는 주인공 한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전반적으로 아주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다. 남편이 수감된 이유나 범죄 사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오로지 텅 빈 집에 혼자 남은 한나에게 집중하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서였다. 오늘은 넷플릭스 영화 <한나> 리뷰.

  • 넷플릭스 영화 ‘한나’의 스포일러와 결말을 포함한

영화는 발성 연습을 하는 한나(샬롯 램플링 역)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쇼핑을 하고 남편(안드레 윌름스 역)과 조용히 식사를 하는 한나. 식탁 불이 나면 남편은 전구를 새로 가져와 불을 갈아 끼우고 식사를 계속한다. 다음날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두 사람. 한나의 남편은 한나에게 자신의 시계를 맡기고 한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강아지뿐. 강아지와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나. 모르는 사람이 남편 일로 한나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한나는 잠자코 있다. 유일한 취미 1인극을 배우러 다니며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는 한나. 도중에 남편이 수감된 교도소를 방문해 면회를 가기도 한다. 남편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한나 역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굳이 묻지 않고 일상 이야기를 이어가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손자 생일이 돼서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네가 좋아했던 그 케이크네. ‘만들어 내가 갈게’ 손자 생일 당일 수제 케이크를 들고 지하철을 타는 한나. 그곳에서 헤어지는 연인의 싸움을 목격한다. 날 사랑하긴 했어? 사랑은 이미 식어버렸고 나에게 거짓말만 했어!” 폭주하는 여자의 대사. 그리고 내리는 그녀, 당황한 표정의 한나. 우여곡절 끝에 아들을 만나러 가지만 아들은 “다시는 보지 말고 사세요.”라고 한나를 밀어내고 한나는 아픔에 좌절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남편의 면회를 떠나는 한나. 남편에게는 손자가 너무 보고 싶어 했다며 자신을 꼭 껴안고 당신에게 이 포옹을 전하라고 했다거나 거짓 만남을 둘러댄다. 남편은 자신의 아들이 어떻게 자신에게 그럴 수 있느냐고 욕하고, 한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다. 언제 또 오냐고 묻는 남편.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한나.

영화 도중 한나는 연극 연습을 위해 대사를 읽어줄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결혼반지를 돌려주고, ‘아내와 남편의 무게에서 해방시켜줄게’라는 의미가 담긴 대사를 나누는 한나. 그리고 연습 중 들려오는 전화 벨소리. 한나는 남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전화를 받고 돌아온다. 다음으로 의문의 봉투를 버리는 한나의 모습. 그리고 면회를 가서 이야기하는 한나. 봉투 찾았다.’ 남편의 범죄와 관련된 어떤 증거를 버렸는지, 무엇인지 영화는 전혀 설명해 주지 않는다. 한나도 봉투 속 내용물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무서울지도.

홀로 남겨진 외로움, 중압감, 고통, 고통에 서서히 말라가는 한나. 변화가 없는 그 표정은 왠지 죽은 이의 무엇과도 같아 보인다.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강아지를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내는 한나. 그리고 1인극 발표 당일 한나는 대사를 잊고 괴로워한다. 당혹감과 부끄러움에 물든 표정을 짓는 한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는 한나의 모습. 텅 빈 눈동자, 굽은 어깨, 바닥을 응시하는 그녀의 표정과 함께 지하철 문이 닫히며 영화 ‘한나’도 엔딩.

굉장히 잔잔한 재질의 영화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더 뭐랄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영화. 줄거리나 진도 등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한나의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어쩐지 무력해 보이는 그 얼굴, 어두운 분위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것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그녀의 표정. 유일하게 미소 짓는 순간은 손자 학교에 몰래 찾아가 손자를 바라볼 때뿐이다.

남편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보다 텅 빈 공간, 가족으로부터도 멀어져 버린, 그리고 남편의 무게 때문에 어떤 사람과도 교류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그녀를 더욱 시들게 만들고 만 것은 아닐까. 감정이 전혀 터지지 않는다는 것, 나아가 주인공의 어떤 감정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자 잔인한 부분인 것 같다. 중간에 고래 시체 얘기도 나오는데… 숨겨진 의미 많은 영화 같다.

누군가에겐 너무 매울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재미없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저는 큰 울림을 느끼지는 않았고, 그냥 전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영화였다. 한나 역을 맡은 샬럿 램플링 배우의 침착한 표정만 기억에 남는다. 늘어진 입가, 공허한 눈빛, 곱슬곱슬하게 처진 그녀의 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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