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동맥경화증 극복의 열쇠를 찾는 [표준시대] 놓치지 않는 ‘우연한

[인터뷰] 김세화·이상원·김수호 표준연구팀, 혈관 외벽에서 동맥경화 악화 원인 규명 혈관 주변 지방조직 메커니즘 제어로 예방·진단 가능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쌓여 탄력을 잃어 혈액 흐름을 방해하는 동맥경화는 고혈압, 뇌중풍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 치료에 사용되는 동맥경화 용제는 2018년 생산액 1조4482억원으로 약효군별 의약품 중 1위를 기록했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동맥경화 검사는 역시 혈관 안쪽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기존 기술로는 조기 및 정밀진단에 어려움이 있었던 상황. 반대로 혈관 밖에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바이오측정센터 김세화 박사팀. 이들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우연이 만들어낸 순간 동맥경화의 예측 및 치료로 이어져 동맥경화가 일어난 혈관 주변의 지방조직이 평소보다 갈색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지방조직색 변화의 원인이 동맥경화 때문이라면 색깔을 보고 동맥경화를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됐다. 동맥경화에 따른 혈관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혈관주변지방조직(PVAT)이라는 지방세포를 제거해야 한다. 이 지방조직은 혈관을 떠받치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연구 대상으로서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동맥경화 진행에 따른 혈관 외벽 변화(A) 정상적인 혈관주변지방조직(PVAT)의 모습. (B) 발병 초기에는 PVAT가 갈색지방으로 변해 동맥경화로부터 혈관을 보호한다.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의 안쪽 부위와 인접한 PVAT가 악화되어 기능을 잃는다.

연구팀은 늘 그렇듯 해당 지방조직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색깔이 평소와 달리 갈색을 많이 띠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김세화 박사는 평소 단순히 제거되는 조직이어서 간과하기 쉬웠지만 색상의 변화를 놓치지 않은 것이 이번 연구 성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김 박사는 단순히 색깔 변화만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은 도전이었다며 동맥경화 초기 연구가 아니라 단계별 심화 연구에 대한 논의에만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의 특징 중 하나는 분석 방식이다. 기존 조직검사의 경우 채취 후 화학적 처리를 통해 관측하기 쉽게 염색이 이루어진다. 이런 전처리 과정에서 샘플 정보 손실이 발생하고 지방의 경우 염색이 잘 안 된다는 단점도 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비선형 광학 현미경이다. 비선형 광학 현미경은 레이저를 이용해 분자가 가진 고유 진동 모드를 이미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화학적 염색 없이 혈관과 외벽을 구성하는 지방, 콜라겐, 엘라스틴 등의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얻을 수 있다.

동맥경화성 혈관 외벽을 이미지한 결과다. 동맥경화 플라크에 인접한 혈관 외벽(왼쪽)은 콜라겐(보라색)이 확장되어 섬유화되어 있어 비정상적인 지방형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동맥경화 플라크가 없는 혈관 외벽(오른쪽)은 정상이다.

비선형 광학 현미경으로 이미지한 혈관 모습 화학적 염색을 하지 않아도 혈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을 구별할 수 있다.지방(밝은 노란색 또는 빨간색), 콜라겐(자주색), 엘라스틴(녹색).

이 역시 간단한 과정은 아니었다. 김 박사는 “비선형 광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매우 고도의 기술(hightech)이 요구되는 어려운 분야”라며 “바이오와 광학 분야를 융합하는 데 있어 서로의 이해와 존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핵심 장비인 비선형 광학 현미경이 갖춰진 데는 이상원 박사의 합류가 있었다. 이 박사는 표준연에 처음 입사했을 때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다른 연구기관과 동등한 수준의 광학장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며 비선형 광학 현미경이라는 고도의 장치를 혈관 연구에 맞게 구축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혈관 내외부에 존재하는 물질들은 각각의 분자 구조를 가지며 이로 인해 빛이 단순히 선형 굴절되지 못한다”며 “정밀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각 물질의 특성을 반영한 비선형 광학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우연한 발견 2년이 지난 뒤 혈관 외벽의 색깔 변화가 동맥경화 악화의 원인이라는 해명한 김세화 박사팀.비결은 구성원 간의 이해와 신뢰였다. 왼쪽부터 김세화 박사, 김수호 연구학생, 이상원 박사.

연구팀에 참여한 김수호 연구생은 “표준연이 돼 비선형 광학 현미경을 처음 접했는데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다른 분야를 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며 “자칫 대학 전공 수준에 머물 수 있었지만 표준연에서 연구팀으로 활동하면서 최첨단 연구 인프라를 접하고 연구 시야도 넓힐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구팀은 비선형 광학 현미경을 이용해 형질전환 성장인자 베타가 혈관 주변 지방조직의 섬유화를 유도해 규칙적인 지방배열을 비규율적으로 변화시키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동맥경화 발병 초기에는 혈관으로부터 에너지 소모를 높여 혈관을 보호한다. 이때 세포 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철(Fe) 성분에 의해 갈색을 띠기 때문에 갈색 지방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활동하는 신호전달물질인 형질전환 성장인자-베타는 정상적으로 작용할 경우 혈관을 보호하지만 시간이 지나 메카니즘의 문제가 생기면 혈관 주변 지방조직의 섬유화와 비규율적인 지방조직으로 유도해 오히려 동맥경화를 악화시킨다.

즉 반대로 형질전환 성장인자-베타를 중심으로 한 혈관 외벽의 메커니즘을 조절할 수 있다면 동맥경화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해진다. 김 박사는 “혈관 외벽의 혈관 주변 지방조직 메커니즘으로 혈관 질병 예방 및 진단이 가능하고, 신약 및 새로운 치료방법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으며, 비선형 광학 현미경을 이용한 정밀진단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동맥경화의 근본적 악화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에 협조한 연구팀과 연구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상원 박사와 많은 연구학생(박사과정생)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뜻을 모으고 연구한 결과 그리고 연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 표준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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