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뒤흔든 저예산 영화의 정체

’50억위안’ 중국 영화시장에서 ‘초대박’을 상징하는 숫자다.

얼마 전까지 중국 본토에서 흥행 수입 50억위안(약 8680억원)를 돌파한 영화는 단 2편. 역대 박스오피스 1~2위를 기록한 전랑2와 나다도 동강세뿐이었다.

2021년 또 다른 영화가 이 ‘마의 숫자’를 넘어섰다. 올해 2월 개봉한 니하오 리환인 안녕 리환인.

  • 영화 제목은 국내에 소개된 기존 사례에 따른다.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은 중국어 발음과 한국어의 의미를 병기한다.

큰 구리 대야.

ⓒ바이자하오 2021년 3월 7일 <니하오, 리펀잉>이 박스오피스 50억위안을 돌파했다. <나타지마 돈강세(50억3500만위안)>를 제치고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니하오 리펑잉>은 이와 동시에 “중국 역사상 최단시간 만에 50억위안을 돌파한 영화”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올해 2월 12일 춘절 연휴에 맞춰 개봉한 이 영화는 아예 흥행 기대작이 아니었다. 당초 흥행 수입은 15억위안(약 26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춘제 연휴가 시작되자 찾는 관객 수가 꾸준히 늘었다. 초반 1위를 달리던 ‘당인가 찾기3’와의 격차를 점차 좁히며 급기야 춘제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 왕좌를 차지했다.

ⓒ도우반

<작품기본정보>

제목 : 니하오, 리펑잉 영문명 : HI, MOM) 장르 : 판타지, 코미디, 가족감독 : 자링 주연 : 자링, 천링, 장샤오핑 러닝타임 : 128분~14억 대륙은 왜 이 영화에 열광하는가?

ⓒ도우반 <니하오 리펀잉>은 자링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중앙희극학원에 합격해 베이징에 상경한 자링은 입학 직후 어머니의 사고 소식을 접한다. 갑작스런 이별은 마음에 잊지 못할 아픔과 회한을 남겼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 딸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쓰고 영화로 만들었다.

극 중 대학에 갓 합격한 주인공 자효룬은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는다. 슬픔에 잠겨 있던 그녀는 뜻하지 않게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젊은 시절의 어머니 이황영을 만나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미래에서 온 자샤오린은 이번에야말로 어머니에게 큰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도우반

‘니하오 리펀잉’은 엄마와 딸, 가족 간의 정을 다루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개봉 후 20일이 지났음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중국 리뷰 사이트 도우방에서 8.1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웃고 울고 나왔다. 재미도 감동도 있는 영화.

감독이 왜 이 영화를 찍었는지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어머니 사후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으로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인생 역전 같은 뻔한 전개가 아니라 소박한 일상과 감정선을 그린 점이 좋았다.

큰 구리 대야.

ⓒ여기에 저예산 영화 중 원톱, 배우 인기도 급상승, 중국 현지에서는 니하오 리펀잉의 흥행을 의외로 평가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본토 박스오피스는 블록버스터 대작이 장악했다.

지난 2017년 ‘전랑2’가 주성치 코미디 영화 ‘미인어 201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뒤 10위 안에 진입한 영화 대다수가 ‘오퍼레이션 레드씨 2018’, ‘유랑지구 2019’ 등 전쟁과 SF, 애국주의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유랑지구>에 관한 차이나랩 포스팅

달 뒷탐사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중국이 이번에는 우주영화로 다시 한 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blog.naver.com

이런 추세 속에서 2021년 ‘니하오 리펀잉’의 인기는 2년 전 애니메이션 영화 ‘나지마 돈세 2019’의 흥행과 함께 이례적인 사례다.

제작비 측면에서 보더라도 니하오 리펀잉은 상대적으로 저예산 영화에 속한다. 중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작품의 제작비는 8000만위안(약 138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 <전랑2>의 경우 300억원 이상 투입된 대작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니하오, 리펀잉>을 투자 대비 가장 수익이 높은 ‘가성비 최고’ 작품으로 평가한다.

ⓒ도우반

영화 흥행으로 주연 배우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니하오 리펀잉은 배우 재링의 감독 데뷔작이다. 자링 감독은 첫 작품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중국에서 가장 높은 흥행 수입을 거둔 여성 감독이 됐다. 중국 감독의 데뷔작 중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이다. 극중 재링은 딸 역을 직접 맡아 연기하기도 했다.

자링 감독 겸 배우 ⓒ 두차오 어머니의 젊은 시절 분한 배우 장샤오핑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극중 장샤오페이의 연기에 눈물을 흘렸다”며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며 따른다.

장쑤핑은 중국 톱배우 양미와 베이징전영학원 동기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1986년생, 30대 중반에 처음으로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한다. 다소 늦었지만 ‘박스오피스 50억위안 배우’라는 귀중한 타이틀을 달았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장샤오페이 ⓒ소프트닷컴

니하오 리펀잉의 덕을 본 것은 배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인기로 후베이성 상양시가 발굴됐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상양은 나광준과 김영의 작품 속에서도 등장한 도시로 남북 문화가 교차하며 수많은 역사적 이야기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영화에 관한 입소문이 나면서 주요 촬영지인 상양을 찾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식당, 이발소, 유치원 등의 건물이 인증샷 필수 코스가 됐다. 1970~80년대 분위기를 간직한 건축물과 거리 풍경이 여행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에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대박을 터뜨린 뒤 촬영지 포항 구룡포가 인파로 들끓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상양ⓒ 신화사 올 춘제 중국 극장가는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홀로 쾌재를 불렀다. 코로나19로 암흑기를 겪고 있는 전 세계 극장가와 비교하면 ‘저승’ 분위기다. 설 당일 수입으로만 17억위안(약 29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처럼 기록적인 춘절 부분 개봉작 가운데 <니하오 리펀잉>은 저력을 발휘하며 최종 승자로 떠올랐다.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니하오 리펑잉> 앞에는 이제 단 한 작품만 남았다. 현지 영화계에서는 ‘니하오 리펀잉’이 역대 최고 기록(전랑2:56억8700만위안)을 갈아치울 수도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저예산 영화 ‘니하오 리펀잉’이 300억원을 투자한 블록버스터 대작 ‘전랑2’를 넘어설 수 있을까.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말 그대로 ‘대박’ 쳤다. 중국의 춘제 기간 극장가 얘기다. 설날 12일 당일에만…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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